*감히 박수를 안 쳐? 대전·수원 기관장 본사로 부른 장애인공단 이사장
경조사 휴가일수 마음대로 늘린 뒤, 허위보고서 작성도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화상회의에서 박수를 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방 주재 간부를 본사로 호출하는 등 직장 내 갑질을 일삼다 감사에 적발됐다. 조 이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장애인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2021년 3월 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한 인물이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상주·문경)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향현 이사장은 지난 2022년 7월 11일 확대간부 화상회의를 열었다. 기관장 10여명이 대거 참여한 이 자리에서 기관장들이 돌아가며 포부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여기서 A 대전직업능력개발원장과 B 경기지역본부장은 박수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이에 조 이사장은 “지금까지 박수를 한 번도 안 치신 A와 B에게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조 이사장의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아직 화상회의 시스템이 꺼지지 않아 모두가 자신의 발언을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비서실장을 향해 “두 사람 올라오라고 해”라고 지시했다. A씨는 회의 직후 조 이사장에게 “이사장님 죄송합니다.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시정하겠습니다. 거듭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냈지만, 결국 대전과 경기 수원서 근무하는 두 간부는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본부로 올라와 이사장과 면담을 해야 했다.
지난 7월 기강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고용부는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여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지시·요구로서 비인격적 갑질 행위”이라며 조 이사장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강감사에서는 조 이사장이 이사회 심의·의결사항인 경조사 휴가일수를 마음대로 늘린 뒤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함께 적발됐다. 그는 2021년 3월 부임하며 자신의 출근저지 투쟁을 진행한 노동조합을 달래기 본인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상 시 경조사 휴가를 1일에서 3일로 무리하게 확대시켰다.
이 같은 사실이 2023년 2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자, 형제자매상 경조사 휴가를 다시 1일로 줄였다며 혁신이행보고서를 고용부에 제출했다. 이에 노조가 반발하자 조 이사장은 경조사 휴가 2일에 대해 따로 공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문을 내려보내 무마시켰다.
임이자 의원은 “주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 이사회를 기망하고, 허위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것도 모자라 직원들에게 비인격적 갑질을 자행한 조 이사장은 공단을 이끄는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기금으로 240억 청사 구입한 안전보건공단
국토교통부 심의도 받지 않아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태’로 기탁한 500억원 중 250여억원으로 청사로 쓸 건물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정비 계획법을 어겨 감사원 지적도 받았다.
23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상주·문경)이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신축 건물인 ‘중앙골드라인타워’ 건물을 총 264억9000여만원에 매입했다. 건물가 240억원에 부가세와 취득세 20억8000여만원, 부동산 중개보수 등을 합친 것이다. 수원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건물로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다. 공단은 구입한 건물에는 실험분석실, 전자 유체 시뮬레이션실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건물을 사고 남은 잔액 중 112억원은 센터 인프라 구축, 109억원은 전자산업 안전보건사업, 15억은 시설 운영 등에 쓸 계획이다.
기금 500억원은 삼성전자가 백혈병 사태를 계기로 공단에 기탁한 것이다.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근로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졌고, 반도체·LCD 제조 공정에서 피해자가 추가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피해자 모임 단체인 ‘반올림’은 조정위원회의 중재로 2018년 11월 11년 만에 피해 협상을 타결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산재 예방 등을 위해 개별 피해 보상과 별개로 500억원의 기금을 내놨다.
공단은 2020년에도 이 기금으로 청사를 매입하려다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500억원 중 390억원을 들여 건물을 사려했다. ‘기금 80%를 공단 자산과 몸집을 불리는 데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었는데, 지난해 결국 청사용 건물을 산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공단이 법을 어겨 운영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현행 수도권 정비 계획법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에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청사를 새로 지으려면 국토교통부 산하 수도권 정비 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돼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2014년 울산으로 내려간 안전보건공단 역시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공단은 이 법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위원회 심의 역시 아예 받지 않았다. 공단은 2020년 건물을 운영하기 위해 미래전문기술원이라는 조직도 새로 만들고 인력 24명도 배치한 상태인데, 감사원은 “미승인 조직·인력”이라고 판단했다.
공단은 어쩔 수 없이 미래전문기술원 인원을 울산에 잔류시키고 조직을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기로 했다. 대신 공단 경기지역본부 안에 있는 산업안전보건센터가 대신 매입한 건물을 운영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감사원은 “당초 작년 12월이 목표였던 개원이 지연되고 있고, 후속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개원 일정도 불확실하다”며 “거액의 기부금이 당초 취지대로 사용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상태다.
공단이 굳이 경기도에서 청사를 매입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공단은 “전자산업 사업장 60%가 분포하고 있고, 현장 방문 사업을 하려면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업체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공단은 당초 1순위로 서울역·종로, 영등포·구로, 강남·강동 등 서울권역을, 2순위로 광명, 평촌, 판교, 분당, 광교 등 수도권의 건물을 사려 했었다. 우선적으로 서울을 사려다 경기도에 건물을 샀다는 것이다.
임이자 의원은 “공단이 공공기관 이전 절차를 지키지 않고 건물을 매입해 초기의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기탁금이 소기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반 절차를 철저히 지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