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늙음의 의미

기사입력 2023.12.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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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호국장님 증명사진.jpg

우리나라 인구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정도로 급속하게 노령화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령자의 수는 앞으로 20여년 뒤 대략 인구 7명당 한명, 30여년 뒤에는 4명당 한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의 노령화는 정년제도와 맞물려 우리 사회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즉 사람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오래 살면서도 취업활동에서는 일체 물러나 일하지 않는 긴 여생을 맞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이 새로운 도전에 대해 무엇보다 연금 실업 빈곤, 보건 등 노령인구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령화 문제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노령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이다.

늙음이란 생물학적으로 나타나는 객관적인 변화보다는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되고 매개되는 주관적인 경험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 이다. 노령화나 노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관념은 부정적인 것이다. 노령화를 본질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쇠퇴 현상으로 인식하고 질병, 궁핍 .의존. 죽음 등을 연상하는 것이다. 늙음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경쟁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추세에 따라 더욱 강화되고 정형화되는 양상은 심각하다.

정년제, 조기퇴직, 심지어는 역설적으로 연금제까지 노령자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무력한 존재라는 인식을 조장한다. 그에 따라 늙음은 두려움과 혐오, 기피의 대상이 된다. 현재 우리 문화를 휩쓰는 젊음에 대한 숭배가 그 단적인 예다. 패션, 광고, 스포츠, 음악, 영화, TV 드라마 등에서 보듯이 시장과 미디어를 지배하는 것은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이다. 미적 가치와 기준을 온통 젊음에 맞춘 사회에서 젊음의 발랄함과 활력에 경쟁할 수 없는 늙음은 사라진다.

다른 한편 우리 사회에서는 늙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경향도 있다. 평균 수명이 늘고 건강한 노령자가 많아지면서 산술적 연령에 불과한 노령이 반드시 노쇠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와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건강하며 독립적이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식생활과 운동등 무병장수를 위한 갖가지 섭생법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노화가 더 인상 굴복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실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40대 같은 60대가 정상적인' 노년의 상()으로 터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하고 적극적이며 활기찬 노년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는 늙음이 대중 현상으로 등장한 시대에 부합하는 고무적인 것 이다.

노년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노령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노령자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는 전제가 된다. 하지만 늙음을 인간의 의지와 욕망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현대의학과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을 고려해도 비현실적인 것이다. 건강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의지에도 만성적 질병과 죽음에 취약한 것이 노년의 현실이다. 더구나 건강한 노년의 상이 정상적인 것이 됨으로써 건강하지 못한 노년은 더욱 불행하고 비참한 것이 된다.

보도국장 안태호

[kgb한국방송 기자 kgb9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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