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음력 섣달 그믐날 밤

기사입력 2024.02.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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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호국장님 증명사진.jpg

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달이고, 섣달 그믐은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느새 섣달 그믐이 다 되어 갑니다.

“음력 섣달 그믐 밤

주막의 밤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랴

차가운 등불만 쓸쓸히 벗 삼을 뿐

한 해가 스러지는 섣달 그믐밤

만릿길 먼 고향 돌아가지 못하는 이여

서글퍼라 지난일

우습구나 이내 몸

시름진 얼굴에 희게 변한 귀밑머리로

내일이면 또 다시 새해를 맞는 구나“

이 시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인 대숙륜이라는 분의 시입니다. 타향의 차가운 등불 아래 홀로 잠 못 이루는 나그네 마음은 어찌 이리 처량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쓸쓸한 밤, 고향 생각에 마음은 천리에 있고 서리 같은 귀밀머리는 내일이면 또 한 살을 더해 가는 것이 더욱 우리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각자의 감홍이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잊고 싶은 기억을 보내면서 홀가분해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쉬움을 가질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제야의 종을 양력 12월 31일 보신각에서 종을 치지만 전통적으로는 섣달 그믐날 밤 그러니까 음력 마지막 날을 제야라고 했습니다. 제야라는 말은 한문 그대로 말하자면 버리는 밤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지난해의 자신이 지은 모든 잘못된 것들, 어렵고, 힘들었던 모든 일들을 없앤다는 의미일 것 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설을 쇤다는 말도 이 제야와 같이 모든 것을 떨쳐내 털어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섣달 그믐은 음력으로 따지자면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하루가 지나면 나이도 한 살을 더 먹게 되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는 시간입니다. 요즘 같으면 설 연휴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모이고 텔레비전에서는 시끌벅적한 프로그램들이 방영되지만 가족들과 함께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이면 특히 더 외로움을 느끼고 쓸쓸함을 느끼게 됩니다.

위 시에서도 주인공은 타지의 주막에서 지금으로 말하면 모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혼자서 등불만을 벗 삼아 방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주인공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구구절절한 사정이 각자 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려고 멀리 떠나왔을 수도 있고, 무슨 잘못을 하고 고향 떠나 도망 중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의 주인공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고향이란 말은 항상 아련한 마음이 일어나게 합니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태어나기만 한 곳이 고향이라 할 수는 없을 것 입니다. 우리에게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지금 현재 내가 서 있는 이곳이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표를 위해서 아니면 누군가를 위해서 현재의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고 또 어려움을 버터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견디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왜 견디고 있는지를 망각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후회와 아쉬움만이 남습니다. 요즘 기러기 아빠들이 많습니다. 기러기는 아니라도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운 겨울 어르신들이 혼자 추운 방에서 지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임종하시고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식들에게 발견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삶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항상 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대를 위해서 자신의 고통을 참아내는 것은 진정한 베품이,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면 자기 자신도 현재에 만족하고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곧 민족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한 설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보도국장 안태호

[kgb한국방송 기자 kgb9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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